'촛불시민'으로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종종 '촛불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나오지 못한 시민들'이라고 구분해서 썼다. 마음은 같았지만, 누군가는 광장에서 해방과 시민됨을 느꼈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지금 이 땅의 교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70년대 말 80년대 초중반 학번 교수님들은 시간강사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때에는 너희보다 더 힘들었다 혹은 너희가 실력이 없어서 그런거다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학기 초에 개강했다고 강사들이 인사하러 가면 유학시절의 무용담이나 최근에 맡은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엄살을 늘어놓는 교수들은 많겠지만 시간강사의 처우를 물어보거나 걱정하는 이 땅의 교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당장 내년부터 강행하겠다는 '시간강사법'은 시행을 위한 구체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에도 맞지 않아, 이 법이 시간강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설 강의의 숫자를 줄이고 몇명에게 강의를 몰아주게 되니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더 종속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나마 대학과 1년 단위로 계약하게 될 일부 강사들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하니, 교수니 인문학 연구자니 그런 대접 다 필요없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라는 요구가 더 적실하게 된 형편이다.